일본 오사카 여행 취소할까? 말까? 갈림길에 놓였다. (feat.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우리 부부는 일본 여행을 너무 좋아한다. 작년 11월 도쿄 & 오사카 신혼여행을 시작으로 올해 4월 말 골든위크에 떠난 도쿄 여행, 그리고 8월 초에 급하게 예약한 9월 말 오사카 여행까지. 가깝고, 시차가 없어 부담없기도 하고, 최근 환율이 많이 오르기는 했다지만 그래도 여전히 환율로 인한 부담이 적다.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일본의 시티팝과 잘 어우러지는 도시의 분위기, 전통이 함께 존재하는 고즈넉한 분위기는 다른 나라로의 여행과는 대체할 수 없는 그만의 매력이 있다.
그런데...
정확히 8월 6일에 비행기와 숙소를 예약하고 난 후, 8월 8일부터 예사롭지 않은 일본의 지진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3일 연속 지진 발생한 일본
먼저 8월 8일부터 글 작성 시점까지 일어난 일본의 지진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8월 8일 규슈 남동부 미야자키현 앞바다 오후 4시 43분 규모 7.1 지진 발생
- 8월 9일 가나가와현 저녁 8시 1분 규모 5.3 지진 발생
- 8월 10일 홋카이도 해상 낮 12시 29분 규모 6.8 지진 발생
아무리 지진과 동거동락하는 나라인 일본이라지만, 3일 연속 진도5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특히 지금 휴가철인 요즘 일본으로 여행가려던 사람들이 일본으로 여행을 가도 괜찮을지 유난히 불안에 떨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일본 정부가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임시 정보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이란?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이란 난카이 해구(트로프)에서 100년~150년 주기로 일어나는 지진이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난카이 해구 지진은 1946년으로, 주기로 따지자면 이후 약 80년 가량의 시간이 흘러 재발 주기가 가까워지긴 했다.
지도상에 난카이 해구는 빨간색 선으로 표시한 위치이고, 주황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예측 진원 범위다. 진원이란 지진이 최초로 시작되는 위치다. 진원의 깊이는 눈으로 보이는 표면보다 훨씬 더 깊게 들어가기 때문에 지진 강도가 크더라도 진원 깊이가 깊으면 그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을수도 있다.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의 위협
앞에서 말했듯이 일본은 늘 지진이 일어날 것을 대비하고 있다. 건물의 내진설계는 말할것도 없고, 회사원들은 지진이 날 경우 정부 포털을 통해 자신이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신고하도록 교육을 받는다. 만약 무사한데 생존신고를 하지 않으면 일정의 패널티도 받을 정도로 이 절차는 필수적이다. 그만큼 지진이 잦고, 지진이 날 경우를 대비해 늘 조심하고 경계하도록 교육을 받는 일본인들이기에 오히려 왠만한 강도의 지진에는 별 생각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은 좀 달라보인다. 아무리 지진 친화적(?)인 일본이라지만, 일본 기상청이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임시 정보를 발표하면서 국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지진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의를 준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임시 정보란?
일본 기상청에서 발표현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임시 정보는 예상 진원지에서 평소보다 대규모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여 발표한 것인데, 크게 '거대 지진 경계'와 '거대 지진 주의'로 나누어진다.
- 거대 지진 경계 :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꽤 높아서 위험한 상황 (규모 8.0 이상)
- 거대 지진 주의 :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평소보다 높아서 주의가 필요한 상황 (규모 7.0 이상)
현재 발표된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임시 정보는 '거대 지진 주의 단계'로, 대지진이 임박한 위험한 상황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조금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평소에 0.1%였는데, 최근 지진으로 인해 이 가능성이 0.4%로 상향 조정되었다. 겨우 0.4%?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평소 대비 위험성이 4배 증가했기에 지진학계에서는 결코 낮은 확률이 아니라고 본다고 한다.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얼마나 위험할까?
일본에서 정부 차원에서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주의 경보를 내린 것이 역사상 처음이라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것 같다. 실제로 8일 지진이 일어난 미와자키현에서는 사람들이 식료품 사재기를 해서 식료품이 동난 곳이 많다고 한다. 그리고 이미 몇년 전부터 난카이 해구에 지진이 일어나야 할 타이밍인데 대지진이 없이 지나갔고, 그 때문에 지진 에너지가 축척되면서 더 큰 규모의 지진이 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예상하면서 불안감에 더욱 부채질을 하는 것 같다.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은 규모 8~8.5 정도의 지진으로, 규모가 7인 지진이 물건이 흔들려서 떨어지고 걸어다니기 힘든 정도임을 감안하면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은 확실히 큰 놈이다. 실제로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이 일어나면 23만여 명의 사망자와 실종자, 건물 209만 채의 피해를 예상하고, 해일 높이는 최대 30m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예상 피해액은 우리 돈으로 1경 원이 훌쩍 넘는다고 하니, 미리 대지진 경보를 내릴만도 한 규모이다.
2011년 아주 큰 피해를 냈던 동일본 대지진과도 비교해볼만 하다. 일본의 역대급 지진 중 하나로 손꼽히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기억한다면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의 피해도 얼추 예상해볼만 하다. 동일본 대지진은 진도 9 규모의 역대급 강한 진도의 지진이었고, 쓰나미로 인한 피해가 엄청났다. 진도 규모로 비교하면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과 동일본 대지진은 맞먹는 규모이고, 그만큼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오사카는 위험하고, 도쿄는 안전할까?
우선 지도상으로 난카이 트로프의 위치와 그 영향 범위를 다시 확인해보자.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이 발생할 경우 지진의 진원이 발생할 수 있는 범위는 주황색 선 정도까지의 범위이다. 그리고 지도를 보더라도 예상할 수 있겠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난카이 대지진이 발생할 경우 동일본 대지진의 경우처럼 쓰나미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지진이 발생하면 파도 높이가 수십미터로 급격하게 높아지며 해안가를 덮쳐 발생할 피해가 가장 무섭다는 말이다.
그래서 난카이 대지진이 발생하면 난카이 트로프와 인접한 일본 남부의 해안가 지역은 피해가 막심할 가능성이 높은 건 맞는 듯하다.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몇몇 유튜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대적으로 난카이 해구와 거리가 있는 후쿠오카나 삿포로 쪽에 있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한다. 그러면 오사카는 난카이 해구와 가까우니 위험할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 쓰나미 영향은 없겠지만, 지진의 여파를 완전하게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에 대한 오해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있었던 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에도, 2017년에도, 그리고 2018년에도 대지진의 조짐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나무위키 참조) 지진을 끼고 사는 일본에서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에 대해서 항상 우려가 있어왔던 것이다. 지난 경우와 달리 이번에는 일본 기상청에서 대대적으로 주의보를 내렸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긴 하다. 하지만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임시 정보를 2019년에 최초로 제정했기에, 제정 시기를 고려하면 이번에 처음으로 임시 정보 발표한 것이 유별나게 위험하다고 생각해야 할 필연적인 이유라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최근 8월 8일부터 매일 연달아서 일어난 지진 중에서 난카이 트로프 지역과 관련이 있는,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의 전조라고 의심된 지진은 8월 8일에 미와자키현에서 일어난 지진 하나 뿐이다. 8월 9일 가나가와현의 지진, 8월 10일 홋카이도 지진은 난카이 트로프 지역의 움직임과는 관련이 없다는 전문가들의 설명!
즉, 8월 8일 미와자키현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일본 기상청에서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임시 정보를 발표해서 7일간 추이를 지켜보는 상태인데, 뒤이어 일어난 두 지진은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의 전조와는 관련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현재 내려진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임시 정보 - 거대 지진 주의 상태'가 7일간 내려졌다고 해서 7일 안에 반드시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아니다. 8일 미와자키현에서 발생한 지진이 난카이 해구에서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고, 난카이 대지진과 관련된 움직임일 수 있기 때문에 단기간 주의해서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글쓰는 현재 시점에서 주의보가 발령 시점 7일 뒤 해제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日 "지각 변동 없어...15일 난카이 지진 정보 해제"
일본 기상청은 지난 8일 규슈 남부에서 발생한 규모 7.1 강진 이후 지각 뒤틀림 관측 지점 3곳에서 특별한 이상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습니다.일본 정부는 향후 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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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언제 일어날까?
열심히 리서칭을 해 보았지만,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이 언제 일어날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아무도 모른다. 그건 정말 대자연의 마음이다. 전조라고 짐작되는 지진이 발생한다면 그에 대해 분석하고 조심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 난카이 대지진이라고 말하며, 너무 겁먹지 말고 일상에서 지진을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금 일본 여행 가도 될까?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과 관련된 이 모든 정보를 열심히 찾아본 이유. 모든 일본 거주 유튜버들의 지진 관련 반응과 일본인들의 현황을 샅샅이 찾아본 이유. 그래서 지금 일본 여행 가도 될까? 이걸 판단하기 위해서다. 현재 8월 초중순에 접어드는 시점에 대지진 주의보가 나왔고 우리가 오사카 여행을 하는 시기는 9월 말경이다. 나와 남편은 여행을 취소하니 마니 옥신각신했다.
- 나 : 일본 지진 위험이 하루 이틀 일인가. 여행은 지금부터 거의 두 달 뒤이고 대지진이 올 가능성은 어차피 낮다. 주의사항 잘 챙겨서 그냥 여행 가자.
- 남편 : 아무리 가능성이 낮아도 안전이 최우선이다. 뉴스들을 봐라. 위험하다. 무조건 취소하자.
내가 여행을 취소할 수 없는 실질적인 이유?.?
물론 정말 지진이 정말 임박했고 위험하고 목숨이 위험하다고 하면 항공권 환불 위약금 16만원이 대수는 아닐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는데 우크라이나로 여행가자는 건 미친 짓일 것이다. 하지만 대지진의 가능성은 확률상 극히 낮고 (물론 재수없게 지진이 일어난다면 그건 확률 100%지만) 그 때문에 지레 겁을 먹고 여행을 취소하고 이 설렘과 기대감을 포기해 버릴수는 없다!는 것이 내 심정이다.
내가 찾아본 박가네, 도쿄규쨩 등 일본에 오래 거주한 유튜버들이 이번 지진과 관련해서 올린 영상들을 살펴보니 확실히 일본에 오래 산 외국인이나 일본인들은 지진 자체에 대해서 공포감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일상과 함께하는 소소한 재난(?)으로 인식하는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즉, 지진으로 인해서 여행이나 일상을 포기하기 보다는 큰 지진이 발생했을 때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일상에서 지진을 극복해가는 그들만의 방식인 것이다. 대지진 위험이 있다고 해서 출근을 포기하고 생계활동을 포기하겠다는 생각을 쉽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선, 오사카 여행은 취소하지 않고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언제까지? 항공권 환불 위약금이 16만원인 기간까지만!^.^ (비행기 출발 한달 전까지)
향후 난카이 트로프 관련한 상황이 잠잠해질 수도 있고, 더 심해질 수도 있고 알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내가 여행을 가는 기간동안도, 그리고 내가 여행을 가지 않는 모든 기간에도 지진 위험이 없었으면 좋겠고, 혹시나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큰 피해없이 잘 지나가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일본 방문을 앞두신 분들, 여행이나 일정을 취소해야할지 강행해야 할지 여부의 결정에 정답은 없지만 지진 위험에 잘 대비해서 방문한다면 크게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